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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여행 및 맛집

[2018.7] 이스트홍콩호텔 코너하버뷰룸 후기 (부제: 티비는 어디에 있는가)

머리털 나고 처음으로 남편 육아 찬스로 2박3일 주말 홍콩여행을 다녀왔다. 1년만에 다시 돌아온 홍콩. 그것도 초등 아이 둘 떼어놓고 혈혈단신으로! 혼자 여행 자체가 난생 처음이라 심심하진 않을까 걱정했는데, 왠걸...이보다 더한 휴식이 없었다. 내 맘대로 다니고, 내 맘대로 먹고, 양쪽에서 서로 엄마에게 얘기하겠다는, 사랑스럽고 귀엽지만 수다스러운 아이들의 목소리도 잠시 mute...

혼자 여행이라 운신의 폭이 넓어진 상황에...호텔도 기왕이면 늘 머물던 복잡한 도심 밖으로 잡고 싶던 차에 떠올린 곳이 바로 이스트홍콩호텔. 타이쿠라는 낯선 동네에 있는 아주 핫한 호텔이다. 요즘은 한국인 여행객들이 애용하는 곳 인듯. 타이쿠가 도심에서 좀 떨어진 주거지라지만, 지도를 보면 알 수 있듯 그래봤자 코즈웨이베이에서 지하철로 15분 정도인 곳이다. 버스나 트램을 이요해서 센트럴 쪽으로 가기도 용이하다. 게다가, 약간 신도시삘 나는 동네답게 넘 조용하니 나에겐 이보다 완벽한 위치는 없는 듯! 그 흔한 대륙 관광객은 눈씻고 찾아봐도 잘 없는 동네다.

호텔은 타이쿠역 D1 출구로 나오면 그냥 바로 있다. 출구에서 걸어서 10초도 안 걸려...호텔 외관은 새 건물이라 그런지 깔끔 그 자체. 생각보다 높은 건물이라 깜짝 놀랐다. 단독 호텔 건물이며, 꼭대기 층에서 바라본 뷰는 과연 어떨지 궁금하게 만든다.

정말로 엎어지면 코닿을 데 있는 MTR 타이쿠역. 역시 홍콩 호텔은 역에서 가까운 곳이 진리다.

시원한 호텔로 들어오면 바로 로비. 로비에 있는 조소 작품~ 건너편은 아파트. 호텔 사방이 아파트다.

너무너무 친절 스윗한 로비 스태프들의 안내를 받아 체크인을 하고, 드디어 19층에 있는 내 방에 들어왔다. 프로모션 기간에 예약하여 일반 싱글룸에서 하버뷰로 업그레이드 받았다. 그런데 왠걸...체크인 할 때, 하버뷰 중에서도 코너하버뷰로 배정받는 행운을!

여러 호텔 후기에서 봤던 그대로의 이미지다. 19층이 낮은 층은 아닌데도 불구, 호텔 앞의 아파트들이 워낙 고층이라 하버가 많이 안 보였던 게 좀 아쉽다.

그래도 바다가 쬐금이라도 보이긴 하니, 이 정도면 착한 가격에 성공한 듯 하다. 만족^^

이스트 하면 코너하버뷰, 코너하버뷰...들 해서 대체 그게 뭐길래....했는데. 이래서 코너하버뷰구나~~~요게 바로 코너코너~ 정말 층이 더 높았으면 하는 아쉬움이 느껴졌다. 그래도 지극히 홍콩 스러운 풍경을 보며 지낼 수 있다는 게 어디.

방에서 보이던 동네 아파트. 수영장 하나쯤은 다 있는 홍콩 아파트의 클래스. 월세는 어마어마 하겠지? 아침 6-7시 부터 나와서 수영하는 주민들을 보니 마음의 여유가 느껴졌다. 홍콩에서의 실제 그들의 삶은 치열하기 그지 없을텐데, 그 와중에도 여유도 찾고, 건강도 챙기는 모습이 보기 좋다. 나도 수영복을 바리바리 싸 왔는데, 결국 혼자 너무 신나게 놀다가 수영복 가방은 열어 보지도 못하고 그냥 들고왔다. 다음엔 더 길게 와서 수영도 매일 해야지.

뷰 구경은 실컷 했고, 이제 방안의 물건들이 어디어디 있는 지 확인할 차례. 그런데 이스트 호텔의 물건들은 누구나 예상할 수 없는 위치에 숨겨져 있다! 이건 몰랐네....한참을 물건들을 찾아 헤맸다는!

일단 텔레비젼. 리모컨으로 티비를 켰고, 분명히 소리는 어디서 들리는데, 화면은 어디있냐는 말이다. 처음엔 벽 위에 까만 패널이 티비인 줄 알고, 거길 막 들여다봤는데, 그림은 안 나오고 까만 화면만 나와서 티비가 고장 났다고 생각했다. 소리는 계속 나오고. 그런데, 웬걸...

설마설마 하면서 홍콩 사진을 왼쪽으로 열어보니 그 안에 티비가 뙇! ㅋㅋㅋ 그러나, 숨바꼭질은 시작에 불과했다. 여권이랑 현금 넣어 놓고 빨리 나가서 놀아야 하는데, 금고가 안 보여! 보통 옷장 속이나 미니바 근처에 다 있는 금고가, 왜 여긴 없는거쥐? 세면대 밑이랑, 침대 옆 협탁 서랍까지 다 찾아봤는데 못 찾았다...

또다시 설마설마 하면서 티비 아래 서랍들을 열어보니.

제일 왼쪽 서랍에 금고가 떡하니 있었다. 그것도 문을 위아래로 여닫는 -_- 휴, 다행. 프런트에 전화할 뻔 했다.

금고 옆 서랍을 열면, 세탁 서비스용 주머니가 있고, 각종 케이블이 준비되어 있다.

RCA는 모르겠고, 그 밑의 건 여행용 변압기.

HDMI 케이블은 알겠고, 그 밑의 VGA는 모르겠다. 어쨌든 투숙객 편의를 위해 이런 깨알같은 아이템까지 준비되어 있는 좋은 호텔이란 건 알겠다.

책상 위 한켠에 미스테리 뚜껑을 열어보면, 어댑터 꽂는 곳이 있고, 위의 여러가지 케이블을 꽂을 수 있는 곳이 마련되어 있다.

침대 협탁. 여기도 어댑터를 꽂을 수 있는 곳이 있고, 홍콩 마이쮸가 잔뜩 들어있는 병이 있고, 3G 단말기 및 투어 가이드로 이용할 수 있는 스마트폰이 준비되어 있다. 이 전화기로 홍콩 로컬 및 국제 전화 이용이 가능하다.

호텔 방에 들어왔는데, 카드키 꼽는 곳이 없어서 당황스러웠다. 그런데 협탁 위 호텔 스마트폰 위쪽에 있는 스위치들로 조명과 문밖 표시등을 컨트롤 하는 거였다.

옷장과 미니바가 붙어있다. 욕실 쪽에서 바라본 옷장.

짐을 풀고 캐리어 안에서 구겨져 있던 옷들에게 자유를 줬다. 캐리어도 여기에 쏙 넣어 보관하고.

옷장 안 왼쪽 벽에 오렌지색 파우치가 빼꼼히 삐져나와 있는데 마치 "나 좀 한 번 봐주세요"라고 외치는 것 같아서 꺼내 보았더니. 또 서프라이즈~ 헤어드라이기였다! -,.- 이 정도면 이스트 호텔 숨바꼭질의 달인이라고 할 수 있겠네. 처음 여기 오는 투숙객들은 다 물건 찾다가 당황할 각이다.

이제 그 유명한, 민망하기 그지 없다는 이스트의 욕실을 볼 차례. 침대 위의 통유리 뒤로 욕실과 화장실이 있다. 그야말로 프라이버시 제로^^ 부부나 가족이 아니라면 상~당히 부끄부끄한 상황이 연출될 수도 있다.

통유리 뒷편의 모습. 세면대, 생수, 핸드솝 등이 있고, 세면대 아래에 타올 들이 있다.

핸드 타올이 없길래, 또 설마설마하며 서랍을 열어보니, 웬 파우치 하나랑 핸드타올 두 장이 있다. 돈 워리~

이 탐나는 파우치 안에는 칫솔, 치약, 배니티 키트가 있다. 요고 정말 나도 갖고 싶은 아이템이다. 여행갈 때 워시백은 너무 거추장스러울 때가 있어서 이런 거 하나 있으면 짐이 더 단촐해 질 수 있을 듯 하다.

세면대 위 어메니티는 일회용이 아니어서 좀 의외였다. 자세히 보면 핸드로션, 핸드워시도 아니고, 그냥 바디로션이랑 바디워시 -_- 그래도 향은 좋아서 잘 썼다. 얼굴은 이걸로 씻지 마세요~

둘러보는 와중에 또 다시 든 의문점. 샤워는 도대체 어디서 하는가? 샤워부스 같은 건 안 보이고. 세면대 안 쪽으로 그냥 들어가 보세요.

여기 있다. 샤워...샤워부스 문만 찾고 있었는데...이래서 여긴 프라이버시 제로다. 사실 가족끼리도 지키고 싶은 프라이버시가 있는데, 샤워사면서 다른 사람 손 씻는 거 보는 건 정말 민망할 거 같당...ㅋ

다시 침대로 돌아와 발견한 메세지. 요즘 통상적으로 호텔방에서 볼 수 있는 메세지다. 침대 린넨은 따로 요청하지 않을 경우 그냥 있던 걸 그대로 정리해 주고 끝. 하지만, 새 린넨을 원하면 요 오렌지색 메시지보드를 침대위에 놓고 나가라는 말. 그리고, 타올 교체 원하면 쓰던 타올은 바닥에 놓고 나가라는 메시지.

옷장과 붙어 있는 미니바. 열면 잔 들이랑, 주전자, 커피머신이 있다.

여러 가지 차가 있고, 센세오 커피패드가 있다.

필립스 센세오 커피머신. 준비된 커피패드를 넣고 기계를 작동시키면 진한 아메리카노를 즐길 수 있다.

머신 사용법도 친절하게 준비되어 있으니, 매뉴얼대로 보고 내려 마시면 된다. 중간중간 호텔방 와서 휴식하면서 잘 마셨다.

미니바. 별거 없다.

첫 날 즐겁게 일정 마치고, 식당 찾으러 갈 기운도 없어서, 호텔 옆 시티플라자에 있는 슈퍼마켓에서 대충 사와서 먹은 저녁 식사. 투명 콜라는 정말 신기했다. 투명한 데 진짜 콜라맛이 나...

배 부르게 먹고, 씻고, 불 끄고 누우니 발치에 이렇게 보였던 예쁜 야경. 늘 센트럴 쪽 아니면 침샤추이 쪽만 보다가, 이런 낯선 야경을 보니 또 새롭게 느껴지는 홍콩이다. I Love H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