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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여행 및 맛집

[2018 홍콩] 미도카페, 옛 홍콩의 정취

홍콩은 아시아 최고의 도시 중 하나이지만, 구석구석 옛스러운 정취를 풍기는 곳도 많다는 것이 큰 매력으로 꼽힌다. 홍콩은 첫 여행자에게는 별 매력이 없는 경우가 많다. 뻔한 관광지 위주로 짧은 일정을 빡빡하게 소화하다 보면 남는 기억은 인파와, 더위와, 그냥 높은 빌딩만으로 꽉 찬 야경 정도...? 진짜 홍콩의 매력은 두 번 째 여행부터 느낄 수 있다. 홍콩은 꼭 두 번은 가봐야 한다는 게 개인적인 생각. 그러면 그 진짜 매력은 도대체 뭔지? 바로 오래된 찻집, 음식점 등 홍콩의 옛 모습을 잃지 않고 그대로 간직한 곳들에 가면 느낄 수 있다. 정말 와이파이 빼고 다 옛날 모습 그대로인 곳들이 구석구석 참 많다. 미도카페도 그런 곳들 중 하나다. 위치는 야우마테이. 제일 간단한 방법은 MTR 야우마테이 역 C번 출구로 나와 구룡반도에서 가장 큰 대로인 네이던로드를 따라 내려오다가 템플스트리스와 만나는 코너에서 오른쪽으로 들어가서 조금만 걸으면 길가에 있다. 생각보다 찾기 쉽다. 홍콩에 열 번 가까이 놀러오면서 미도카페를 온 건 이번이 처음이다. 나는 홍콩 여행을 늘 아이와 함께 하거나, 걷기 귀찮아 하는 남편과 함께 했기에 걸어서 카페 찾고 하는 수고 따위는 해 보지 못 한지 오래다. 이번엔 혼여의 최대 장점을 살려 여기저기 걸으며 그 동안 가보고 싶던 곳을 찾아 다녔다.

드디어, 너무 쉽게 카페 발견. 야우마테이는 구룡반도 번화가의 거의 끝자락에 있고, 주변에 시장도 많고, 유동인구도 많은, 그러나 조금은 도심의 발전에서 조금은 멀어져 있는 동네다. 그래서 거리를 걷다 보면 낡고 지저분 한 곳도 많다. 그래도 정감있는 분위기다. 미도카페 입구. 왠지 다 쓰러져 갈 거 같은 건물에 있다. 1층과 2층이 있는데, 1층에는 손님을 안 받는다. 이유는 모르겠다. 솔직히 1층은 너무 좁기도 하고, 카운터랑 테이블들이 너무 가까워서 편히 앉아서 먹을 분위기는 아니긴 했다. 그래서 2층으로 고~

2층으로 올라가는 가파른 계단. 옛날 타일들로 덮혀 있는 계단과 벽과, 창문의 문양도 독특하다. 계단을 별로 안 좋아하는지라 낑낑대면서 올라갔다.

계단 끝에서 내려다 본 1층의 모습. 뜬금 없는 개와, 범선과 돼지 -.- 계단 밑에 양동이랑 우유박스를 무심하게 놔 둔 모습이 재밌다.

 

2층의 전경이다. 알바생과 남자매니저가 같이 일을 하고 있다. 자리를 잡고 앉아 있으면 나이드신 매니저 분이 오셔서 메뉴를 주고 가신다. 친절은 기대하지 말 것. 그렇다고 불친절하진 않으시다. 홍콩 특유의 툭툭 거림이 조금은 있다. 그런데 결코 나쁜 사람들이 아니다. 그냥 그들 스타일이 그러려니 하고 받아들이면 노프라블럼이다.

천정에는 대형 팬이 있다. 작동은 안 시키고 있었다. 에어컨이 있으니 불필요하지만, 그냥 놔둔 게 정감있다.

빈티지 한 거 좋긴 한데, 쫌 지저분 한 건 인정. 구석구석 청소는 안 하는 것 같다. 테이블 옆에 막 박스 쌓여있고, 테이블, 의자들도 정말 낡았다. 하지만, 나는 이곳에 올드 홍콩을 느끼러 온 것이니 괜찮았다.

내가 갔을 땐 현지인은 없었고, 한국인과 대륙 관광객만 몇 팀 있었다. 손님이 별로 없어서 정말 한산했다. 덕분에 여유있게 앉아있다 나갈 수 있었다. 7월의 찌는 듯한 홍콩 더위는 집순이 본능을 자꾸 자극한다. 여기에선 꼭밀크티 쩐쭈나이차를 먹어야 한대서, 차 한 잔과 번 하나만 시켰다. 메뉴는 영어 병기 되어있어 주문은 어렵지 않다. 아쟈씨도 영어는 잘 하신다.

주문하고 조금 기다리자 쩐쭈나이차 먼저 나왔다. 이 컵이 주인공이다. 홍콩에 여러번 다녀 본 사람들이면 알만한 그 잔. 블랙앤화이트 우유잔이다. 빈티지 제품 좋아하는 홍콩 마니아들 사이에서 인기있는 문제적 아이템. 구매하는 건 정말 어려운 듯 하다. 사실 어디서 파는지도 모른다. 파큰샵 같은데서 가끔 특별 판매한다고 들어본 것 같은데, 난 현지인이 아니니, 가서 사고 싶다고 해서 손에 넣을 수 있는 아이템이 아니다. 어쨌든 처음 실제로 보는 이 컵이 반갑다. 밀크티는 홍콩 스타일 특유의 쌉싸름한 맛이 강한 밀크티이다. 내가 딱 좋아하는 스타일.

조금 더 있다가 버터 끼운 번이 나왔다. 이건 맛으로 먹는 건 아닌 듯 하다. 그냥 분위기로 먹는 음식이다 ㅋ 요즘 우리나라에 맛있는 빵집이 많아져서 빵맛 수준이 높아져서 이걸 맛있다고 먹는 사람은 별로 없을 듯 하다 ㅎㅎ맛은 로티보이 맛이고, 속이 엄청 질기다. 이렇게 부드럽지 않은 빵은 실로 오랫만에 먹어봤다. 게다가 빵접시는 빵보다 작아서 썰어먹기도 정말 난감했다. 포크와 나이프를 줬지만, 썰어 먹지 못하고 겨우겨우 찢어먹다 나왔다 ㅎㅎㅎ 차라리 토스트를 시킬걸 그랬다. 그래도 쌉싸름 밀크티가 맛있어서 별5개 중 3.5개 준다 ^^ 여긴 정말로, 맛 보다는 분위기만 보고 가는 것을 추천한다.